기상청 김지연 리포터
"날씨는 수학이 아니라 과학입니다"
8월 12일 날씨를 몰고 다니는 사람 기상청 김지연 리포터를 만났다. 그날은 왜 그리도 후덥지근 하던지. 그녀는 음료수를 기자에게 건네며 함께 일하는 동료를 소개했다. 나이에 비해 애띤 모습의 그녀는 시종 웃는 모습으로 날씨에 대한 자신만의 철학을 "청산유수" 유감 없이 쏟아 냈다.
* 대부분의 사람들은 날씨에 그다지 관심을 갖고 있지 않으며 자신의 일정에 맞추어 그날의 날씨만 신경을 쓰는 경향이 있는데 본인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당연합니다. 각자 자기의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요. 하지만 분명한건, 날씨는 우리의 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음에 틀림이 없구요, 가끔은 남북회담이나 어렵고 어색한 자리에 갔을 때 자연스럽게 말문을 틔여주는 참 고마운 존재이기도 하지요.
* 이것도 사람의 일이라 물론 여러 우수한 장비들이 많지만 기상 변화라는 것이 시시각각 변화를 하는데 그럴땐 어떻게 하는지?
(날씨는 수학이 아니라 과학입니다.) 대기라는 것이 끊임없이 움직이는 것이고 변화하고 흐르는 것이기 때문에 시시각각 날이 변하고 예보가 힘든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라 생각합니다. 기상이란 것에 완전정복이란 것이 있을 수 없겠지만 적어도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겪는 일은 일어나지 않게 기상인들은 힘쓰고 있지요.
* 약 15초의 방송에 들이는 수고가 상당히 많을텐데 주로 어떤 일을 하시지?
프로그램들이 전부 생방송이다보니까 시선집중의 경우 짧게는 10초, 15초의 리포팅을 자주 해보았는데요, 시간의 길고 짧음에 관계없이 내가 전하고 싶은 얘기를 단 한마디로도 표현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기본적으로 기상자료들(개황,주간,평년대비,위성,레이더,일기도,구름사진)외에도 각 지방 기상대에 전화를 걸어 취재하는 것을 빼지 않구요, 방송하러 오기 전에 인터넷을 통해 모든 일간지를 다 읽고 옵니다. 우리들 사회, 정치, 경제, 문화 모두가 다 날씨와 관련이 있기 마련이거든요.
* 날씨가 맑은 평일날 기상하기가 가장 좋을 것 같은데 주로 써 놓은 원고를 반복해서 방송을 하는지?
적어도 제가 아는 리포터 선후배 중에 그런 리포터는 없습니다. 일반인들이 느끼기에는 날씨가 맑은 날씨, 비오는 날씨, 흐린 날씨 이정도로만 있는 것으로 느껴지실지도 모르겠지만 저의 눈으로
보기에는 일년 365일 똑같은 날씨는 단 하루도 없답니다. 매일 매일 상황과 그 느낌이 다 달라서 그 느낌을 살려 방송하는 것이 가장 큰 재미입니다. 그런 재미를 포기할 수는 없지요.
* 대학 때의 전공은 무엇인지?
영어 전공인데 영어를 전공했다고 하면 다들 "그럼 영어 잘 하겠네"라고 하기 때문에 그게 귀찮아서 가끔 체대에서 역기가 부전공이였다고 말하기도 한답니다. ^*^
* 전공과는 정말 무관한 직업을 택했는데 이유라도 있는지?
방송은 전공과는 별로 관계없는 일인 것 같아요. 방송을 진심으로 좋아하고 진정으로 즐길 줄 아는 사람이라면 한번 시도해보시죠. 저도 그랬거든요.
* 기상학이라는 것이 하루 아침에 배워지는 것이 아닌 전문 분야인데 공부는 많이 했나?
공부도 많이 했고 지금도 많이 하고 있어요. 앞으로도 끊임없이 해야죠. 그 누구에게도 정복 당하지 않은 분야라는 기막힌 매력에 이끌려 지금도 열심히 책을 본답니다.
* 누구보다도 날씨에 관심이 많을텐데 날씨에 관한 에피소드는?
청취자들에게 우산 꼭 꼭 챙기라고 신신당부 해놓은 뒤에 저는 비 맞고 집에 갑니다. 비를 워낙 좋아해서 가끔은 비도 좀 맞으며 걷고 싶어도 절대 비 맞으며 얼굴 못 듭니다. (날씨하면서 비나 맞고 다닌다고 손가락질 하기에....) 어느 유명한 통보관의 딸 결혼식에 비가 왔다죠! 아마?
* 방송 경력 14년의 최고참 리포터 이신데 이제까지 했던 프로그램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그램은?
'푸른 신호등'은 입사하자마자 했던 첫 경험이였기에 기억에 남구요. 처음 연예인이랑 방송해서 신기했던(?) 윤상의 밤의 디스크쇼. 너무나 피드백이 좋았던 두시의 데이트. 최명길의 음악살롱에서는 '김지연이 만난 사람' 코너에서 제가 만나고 싶은 사람 원없이 다 만났던 행복한 기억이...
가장 최근에는 손석희의 시선집중. 촌각을 다투며 날씨를 전해야 했던 긴장감을 참 즐기고 좋아했습니다.
* 후배들이 많은데 가장 친하거나 아끼는 후배는 누군지?
초기에는 예쁜 후배들이 몇 몇 딱 집었지만, 솔직히 한 10년 넘으면서 부터는 후배들... 다 예뻐 보입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저를 끝까지 귀찮게 하는 후배들은 저의 모든 방송의 노하우를 모두 주어도 아깝지 않지요. (특정 이름을 거론함으로 야기되는 문제에 책임지실래요?^*^)
* 리포터로서의 사명이라면 무엇을 꼽을 수 있을까?
짧은 정보이지만 프로그램의 흐름을 무리 없이 타는 것, 그리고 짧은 시간 안에 프로그램을 빛나게 할 수 있다면...
* 오래된 팬들이 많던데...
그 맛으로 방송합니다. 저의 방송을 사랑해주시고 저의 멘트를 오래 기억해주시는 청취자분들로 인해 아직도 마이크 앞에 앉아 있어요. 교통과 달리 날씨에 관련된 제보를 주신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닌데도 불구하고 전국에서 날씨 제보를 많이 주시구요. 크리스마스나 발렌타인데이 그리고 제 생일에 선물이나 목캔디 그리고 방송실 선후배들과 같이 먹으라며 간식을 매년 푸짐히 보내주시는 분들도 계세요. 힘이 백배 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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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지연 리포터 ⓒ imbc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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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수담보다는 보람이 더 많을텐데 실수담과 보람을 느낄때는 언제인지?
실수도 많고 보람도 많습니다. 새벽방송을 워낙 오래 해서 일년 내내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야 한다는 압박감에 하루는 오후에 잠시 잠을 청했다가 어스름 저녁에 일어나서는 새벽방송에 늦은 줄 착각한 채 울면서 방송국에 전화했던 기억이 아직도 아찔합니다. (알고보니 저녁이였죠.담당 PD가 얼마나 황당했을까요)
보람이라면, 같은 날씨정보라도 "김지연씨가 전해주는 날씨정보에 더 믿음이 간다"라는 얘기를 들을 때와 더불어 저의 오래된 멘트까지 다 기억해주는 고마운 청취자들의 전화나 편지, 메일을 받을 때가 가장 저를 행복하게 만들어 줍니다.
* 청명한 하늘에서 전혀 예기치 않았던 소나기나 눈이 오면 어떻게 하는지?
가끔씩 저한테 그 어떤 귀뜸도 없이 갑자기 내릴 때가 있어요. 배신감을 느끼지요 ^*^
음...제가 바깥에 있을 때, 갑작스런 비나 눈을 만났다면 피하지 않고 그냥 즐기는 편이구요, 대신 주변에 비 맞으며 뛰어가는 사람들을 가슴 아프게^*^ 쳐다본답니다.(빗나간 예보에 괜히 제가 죄스러움을...) 그리고 다음날 빗나간 예보에 대해서는 변명 하지 않고 " 고생 하셨죠?" 라는 위로의 멘트를 잊지않고 그 후에 그럴 수 밖에 없었던 기상상태를 설명해드리지요.
* 개인적으로는 어떤 날씨를 좋아하는지?
는 비를 미치게 좋아합니다. (물론 가수 비도 좋아합니다. ^^)비만 내리면 없던 의욕까지 생겨서 어디든 무엇이든 하고 싶고, 가고 싶어서 많이 돌아다니기도 하고 비만 내리면 사람들도 어쩜 그렇게 예뻐보이는지...
불현듯 춘천 가는 기차를 집어 타기도 했고, 동해 바다에 단숨에 달려가 바닷가 찻집에서 따뜻한 차 한잔 달랑 마시고 돌아오기도 했지요. 물론 위의 얘긴 모두 날씨 방송을 하기 전이구요 날씨 방송을 한 뒤로는 비만 오면 위성 레이더 찾기 바쁘고 AWS(무인자동기상관측장치) 통해 어느 지역에 가장 많이 오는지 체크하느라 그저 바쁜 날로 기억이 되지요. 많이 바뀌었죠? 그래도 지금도 비는 너무 좋아요. 비를 좋아하는 사람도 좋아요. 뉴스타운 독자분들도 비를 좋아하시나요?
* 가장 존경하는 선배님이 있다면?
아나운서국에 손석희 국장님입니다. 제가 방송국에 입사하기 전에는 "남자도 저렇게 깔끔할 수 있구나"생각하며 외적인 것을 존경(?)했다면, 방송국에 들어와서는 그 분의 냉철한 진행 속에 숨어있는 따뜻한 마음, 배려하는 방송을 존경하게 되었죠. 닮고 싶어요. 국장님의 방송을 보고 들으며 지금도 많이 배운답니다.
* 앞으로 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면?
좋은 프로그램에 제 여건이 허락된다면 하고 싶구요. 개인적으로 워낙 글 쓰는 것을 좋아합니다.
공중으로 흩어져 버리는 전파의 허무함을 달래는데 가장 좋은 것은 바로 글이죠. 글 쓰는 일을 계속 하고 싶구요, 배울 기회가 많지 않은 각 지방 방송사 후배들의 교육을 많이 했는데 앞으로도 후배들의 교육에는 언제든 어디든 힘을 쓸 계획입니다.
* '방송 신조가 재미있게 방송하자'인데 날씨를 어떤 방식으로 재미있게 하나?
여기서 '재미'라는 것은 단순한 웃음을 뜻하는 것을 아닙니다. 우리 마음에 그대로 와닿는....방송이야말로 재미있는 방송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전 프로그램안에 짧은 날씨 정보를 전하지만 날씨 상황만을 지켜보는 것이 아니라 그날 그날 프로그램의 음악, 원고, 진행자의 멘트, 사연들을 아주 주의 깊게 들으면서 자연스럽게 프로그램에 녹아드는 정보를 전하려고 합니다. 이것이 제가 생각하는 재미있는 방송이라고 생각해요.
* 방송과 가정 살림을 병행하자면 힘든 일이 많을텐데 어떻게 극복하는지?
누구나 한가지만 하고 사는 사람은 없잖아요. 2가지, 3가지 그 이상을 해내면서 사는데요. 전, 일 할 때는 오로지 일 하나만 생각하구요, 집에서는 오로지 가정의 일만 생각하려고 해요. 참 어렵지만 반대로 행복하게 생각해요. 행복한 일을 두가지나 맡았잖아요.
* 세상을 살아오면서 가장 든든한 버팀목은 무엇인지?
어떠한 경우에도 저를 인정해주는 사람 사람들... 그 사람들과의 사랑과 격려속에 지금껏 꿋꿋히 살아올 수 있었던 것 같네요. 이젠 저도 누군가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고 싶습니다.
* 끝으로 독자들에게 한 말씀.
항상 전파로만 만나다가 이렇게 지면을 통해 만나게 되면 색다른 즐거움이지요. 독자여러분들! 이렇게 만나게 되어서 정말 반가워요.
앞으론 제가 신문을 모두~ 읽고 방송에 들어갈께요. 보다 더 따뜻하고 재밌는 날씨정보를 전해드리도록 노력하겠구요, 가끔씩 독자 여러분들이 사시는 곳의 날씨이야기를 제게도 좀 알려주세요.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