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이 비수기 월500 성수기 월1500만원의 수익을
기자는 4월 11일 금요일 부천시내의 번화가라고 할 수 있는 홈플러스 근처에서 지인들과 저녁을 먹고 간단히 술을 한 잔 마셨다.
술을 즐기기는 하지만 많이 마시지 못하기에 아쉽게 다음날을 기약하며 지인들과 헤어졌다. 지난번 혈중 알콜 0.056으로 음주 단속에 걸려 70만원이라는 피같은 돈을 벌금으로 내고 면허정지 100일의 기억이 생생히 떠올라 운전대 대신 버스를 타기 위해 터벅터벅 걸었다.
봄바람은 살랑살랑 불고 약간의 한기가 몸으로 파고 들었다. 밤 11시가 넘었음에도 거리에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금요일이라서 그런지 근처 술 집에는 앉을 자리도 없었다.
많이 마시지는 못하는 술이었지만 한 잔 더 마시고 싶었다. 편의점에서 소주를 한 병 사들고 횡단보도 옆에 있는 포장마차에 들렀다. 메뉴는 순대, 떡볶이, 꼬치, 튀김 등 이었다.
다른 곳에서 술을 사 간 것이 미안해서 주머니 사정을 말했더니 괜찮다며 흔쾌히 자리에 앉기를 권했다. 순대와 어묵 국물을 시켜 술을 마셨다.
주인 아주머니는 피곤한지 리어커 근처에서 잠을 청하고 있었고, 아가씨가 어머니 대신 장사를 하고 있었다. 중.고등 학생처럼 너무 나이가 어려보여 나이를 물으니 26살 이라고 한다. 세상사는 이야기를 나누다 포장마차에 대해 묻게되었다.
기자 : 요즘 장사 잘 되나요?
주인 : 별로에요.
기자 : 하긴 포장마차라는 것이 여름보다는 겨울에 잘 되겠죠?
주인 : 네 맞아요. 더우면 호프집이 잘되는 편이죠.
기자 : 하루 매상은 얼마나 되나요?
주인 : 평균 순이익이 15~25만원 쯤 돼요.
기자 : 그래도 한달이면 최하 500만원은 되네요?
주인 : 겨울에는 하루 50만원은 버는데 지금은 경기가 안 좋아서 그런지 힘들어요.
기자 : 한달에 500이면 일반 봉급자보다 많은 것인데 저도 포장마차나 해봐야 겠네요?
주인 : 이게 보는 것처럼 쉬운게 아니에요.
기자 : 자릿세도 내나요?
주인 : 그럼요. 한달에 35만원이 들어가요. 30만원은 자릿세 내고요. 5만원은 민노총에 내요.
기자 : 민노총에는 왜 내는데요?
주인 : 이곳에 시청에서 단속나와 리어커라도 끌고가면 민노총에서 해결을 해줘서 그냥 커피 값이라도 하라고 내는 거에요.
기자 : 권리금도 있나요?
주인 : 그럼요. 이 자리는 그래도 이곳에서 몫이 좋아 1800만원 냈고요. 저 옆에는 1500만원 그 옆에는1300만원 낸 것으로 알고 있어요.
기자 : 시청에서 단속은 나오지 않나요?
주인 : 나오지요. 지난달에는 4일간이나 장사를 못했어요. 저희들이 쉬는 날은 단속나오는 날이에요.
기자 : 단속이 나오는 것은 어떻게 알아요?
주인 : 민노총에서 연락이 와요. 내일은 단속이니 장사하지 말라고요.
건너편에는 고층 건물이 공사중에 있었다.
그 아가씨가 하는 말이 "저 건물 옆에서 장사를 해보세요. 지금은 자릿세도 없지만 시간이 지나 장사가 잘 되면 그 자리가 권리금을 받을 수 있고 나중에 다른 사람에게 넘기면 자릿세도 받을 수 있을 거에요".
엄연히 시청의 부지임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지나면 자릿세도 받을 수 있고 권리금도 받을 수 있단다. 뒤를 봐주는 곳은 민노총이고...
기자는 그 아가씨에게 신분을 밝히고 포장마차의(길거리 노점상) 문제점들을 지적했다.
권리금을 받는 것과 자릿세를 받는 것에 대해 그러나 그 아가씨의 대답은 간단했다. "그런 것이 없다면 제 자리에서 아무나 장사를 해도 뭐라고 할 수 없잖아요. 그런 것이 있으니 이곳에서 마음 놓고 장사를 할 수 있는 것이지요".
권리금 1800만원 월 자릿세 35만원 그들은 더 이상 영세민이라고 할 수 없었다. 서민이라고 하기에는 비수기에 월500 성수기에는 월1500만원의 수익을 올리고 있는 그들이 서민일까?라는 의아심은 기자의 뇌리에서 떠나지 않아 씁쓸 할 수 밖에 없었다.